조선구마사에

이성계 억만년 조공 명에 약 묶음 세종도 친명주의 왕중국이 벌인 동북공정에 조선 구마사가 타깃 돼 26일 방송 취소대국답지 않게 중국과 비슷한 한국의 대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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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선구마사(쿠마사)가 나빴다. 장르는 픽션 판타지물이지만 실존 인물을 너무 많이 썼다. 그것도 안 좋은 용도로. 판타지이지만 판타지는 아니다. 설정도 밖에 나가도 너무 과했어 조선 건국의 정당성을 로마 교황청에 기대했다는 점에서 곤혹스럽다. 더욱이 조선 건국의 정통성을 훼손하는 설정에는 일제가, 충령대군이 접대하는 곳에는 오늘의 제국을 꿈꾸는 중국이 그대로 그려져 있다. 세계에서 유일하게 일본을 업신여기는 우리 민족의 자긍심과 동이족의 역사를 다시 쓰기 위해 수해 전부터 법석을 떨어 온 대국답지 않은 중국의 동북공정에서 뿔이 난 우리 국민의 마음을 조선 곰사는 아프게 했다. SBS는 26일 결방하기로 했다. 단 두 번의 방영으로 종영이다. 전례 없는 결정이다. 흥미로운 것은 중국 극우와 조선 구마사의 조기 종영을 강제한 한국 내 분노가 묘하게 닮았다는 점이다. 피해자의 내셔널리즘 얘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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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선구마사가 이날 결방을 결정한 데는 최근 몇 년간 누적된 중국의 한국 역사 왜곡 시도가 그 배경이다. 이른바 동북공정이다. 중국은 2000년대 초부터 극동아시아 전역의 역사를 중국 역사로 편입시키기 위해 사료를 모으고 논리를 만들었다. 그 결과 고구려가 중국의 소수민족이 세운 중국사라는 주장을 펼쳤고, 고조선도 중국역사라고 주장했다. 이 같은 역사 침탈에 한국인들이 분노하는 이유는 과거 역사를 내세워 중국이 일방적으로 먹어치운 티베트와 신장, 위구르의 사례가 있기 때문이다. 중국은 티베트를 1950년대 일방적으로 합병했고 신장위구르 지역에 대해서는 1949년 군대를 보내 버렸다. 주된 이유는 과거 그 땅이 우리 선조의 땅이라는 주장이었다. 웃기는 얘긴데 웃을 수가 없어. 힘이 세서 그래.세계의 중심은 중국이라는 주장을 골자로 한 중화주의의 요체는 국수주의다. 우리나라가 최고여야 한다는 중국 국민의 생각은 주변국을 불편하게 한다. 한국 김치가 유명해지자 김치의 원조가 중국의 파오차이라고 했다거나 한국의 복식인 한복이 중국 것이라는 주장은 오래 전부터 논란이 끊이지 않았지만 윤동주 시인이 중국인이라는 주장은 신선했다. 중국은 중국 백만대군이 해내지 못한 것(장제스)을 이룬 윤봉길이 부러웠을 수도, 마음을 울리는 시를 써 식민지국의 슬픔을 영원히 승화시킨 윤동주가 필요했을 수도 있다. 공자가 한국인이라고 주장하는 한국인이 없는데도 이를 반박하는 주장을 펴고, 단오는 중국과 한국이 모두 중요한 명절이라고 생각하는 명절인데도 굳이 중국 것이라고 주장하는 것 역시 중국인 좁음의 단면이다.그럼에도 불구하고 조선구마사의 방영 취소 사태는 여러모로 안타깝다. 사태 전개가 중국인의 국수주의(ultranationalism) 양상과 비슷하기 때문이다.기억에 남는 한 장면은 2008년이다. 베이징 올림픽 성화가 한국에서 열리는 데 대해 티베트 독립 요구가 한국에서 높아지자 중국 유학생들이 시청 광장에서 중국 국기를 흔들며 티베트 독립을 요구하는 외국인을 향해 집단 린치를 가했다. 대명천지에 웬일이냐? 그것도 다른 나라에서다. 대만은 국가가 아니다는 하나의 중국의 주장은 만연해 만약 주변에 중국인이 있다고 해도 대만을 나라라고 얘기하면 금세 싸움이 되는 상황이 된다. 중국인은 모두 한 가지 생각만 갖고 있는 것 같다. TV에서 트와이스 쯔위가 대만 국기를 흔들고 소속사 대표가 사과방송을 내보낸 전례나 서드 설치를 이유로 중국이 한국을 상대로 한 무역보복은 강대국답지 않은 비참함 그 자체였다.사실 조선 초기 이성계는 우리의 기대와는 달리 친명주의가 국시였다. 이성계가 정도전을 부탁해 중국 명나라 황제 홍무제에게 보낸 표문은 “홍무제를 섬기는 데 정성을 다해 억만 년이 지나도 항상 조공하고 축복하는 정성을 바치겠다”고 쓰여 있다. 이성계가 세운 조선은 명나라 연호인 홍무를 사용했다. 세종은 어땠을까. 세종도 할아버지의 가르침대로 명나라에 극진한 노력을 보였다. 세종은 즉위한 뒤 첫해인 1월 1일 여러 신하를 거느리고 멀리 황제(명나라 황제)에게 정조의 하례를 올렸다고 돼 있다. 조선 국왕 가운데 명나라와 싸운 왕은 광해군위가 거의 유일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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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 한국에서 일어난 조선 구마사 사건도 사태 전개만 놓고 보면 중국 극우와 유사하다. 청와대 청원게시판에 13만명이 넘는 사람들이 조선곰사 취소에 호응해 분노한 국민적 성원에 혹시라도 장사에 누를 끼치지 않을까 싶어 서둘러 광고를 다 내보낸 광고주들 역시 어떤 식으로든 피해자들이다. <대장금> 속 모든 음식을 한식이라고 생각하느냐는 맛 칼럼니스트가 비판을 받게 되고, <세종대왕은 친중 인물>이라는 상식적인 말을 한 교수도 테러를 당하고 있다. 그의 말대로 동북공정은 성공했는지도 모른다. 오늘 발생한 조선 구마사 사태의 역설이다.

▶ 조선왕조실록 : 이성계 ‘명나라 억만년 조공’ http://sillok.history.go.kr/id/kaa_10110025_002

▶ 조선왕조실록 : 세종 ‘명나라 황제 정조하례’ http://sillok.history.go.kr/id/kda_10101001_002

▶서울광장 점령한 중국인들 https://news.naver.com/main/read.nhn?mode=LSD&mid=sec&sid1=102&oid=001&aid=0002063042